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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살펴보는 말레이 전통 가옥: 조호르, 클란탄, 트렝가누

by infobox01234 2025. 6. 17.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국가로, 그 중에서도 말레이족의 전통 건축은 오랜 세월 동안 기후, 종교, 사회적 구조에 따라 독자적인 양식을 형성해 왔습니다. 특히 말레이 전통 가옥(Rumah Melayu)은 지역마다 구조, 장식, 배치 방식이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조호르(Johor), 클란탄(Kelantan), 트렝가누(Trengganu) 등 말레이 반도의 주요 세 지역을 중심으로 전통 주택의 특성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말레이시아 전통 건축 관련
말레이시아 전통 건축 관련

 

1. 조호르 지역의 전통 가옥: Rumah Limas Johor

조호르는 말레이 반도의 남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전통적으로 왕실 문화와 이슬람 건축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조호르 전통 가옥의 대표적인 양식은 ‘루마 리마스 조호르(Rumah Limas Johor)’로 불립니다. 이 가옥은 다층 지붕을 가진 웅장한 형태로, 중앙에 높은 경사지붕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둥이 견고하고 넓은 베란다(세람비, Serambi)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루마 리마스는 주로 상류층이나 귀족 계급의 거주지로 사용되었으며, 내부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특히 ‘부미분할형’ 구조로 공간을 철저히 구분하고, 여성의 공간과 남성의 공간이 명확히 나뉘어 있는 점에서 말레이 문화의 전통적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또한 조호르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기둥 위에 집이 세워지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개방형 창과 통풍 구멍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2. 클란탄 지역의 전통 가옥: Rumah Tiang Dua Belas

클란탄은 말레이시아 북동부에 위치한 주로, 태국과의 국경에 접해 있으며, 강한 이슬람 전통과 함께 불교, 힌두 문화의 흔적도 남아 있는 지역입니다. 클란탄의 전통 가옥은 ‘루마 티앙 두아 블라스(Rumah Tiang Dua Belas)’로 불리는 양식이 대표적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가옥은 열두 개의 기둥으로 지탱되는 구조입니다. 루마 티앙 두아 블라스는 직사각형의 평면 구조로, 높은 경사각의 지붕과 넓은 처마를 통해 우기와 열대우림 기후를 효과적으로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지역은 장인의 예술성이 뛰어난 곳으로도 유명한데, 창문, 문틀, 처마 끝 등 가옥 곳곳에 세밀한 목각 장식이 더해져 말레이 미학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또한, 클란탄 가옥은 신분 계층과 가족 구조에 따라 내부 공간의 배치가 달라지며, 손님 접대 공간인 ‘세람비’와 가족만이 사용하는 ‘라망’ 공간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3. 트렝가누 지역의 전통 가옥: Rumah Bujang Berpeleh

트렝가누는 클란탄과 함께 말레이 전통 문화를 가장 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로, ‘루마 부장 베르펠레(Rumah Bujang Berpeleh)’는 트렝가누 전통 가옥의 대표적인 양식입니다. 이 주택은 단일 지붕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페레(Peleh)’라고 불리는 장식적 경사 지붕 구조가 외관에 큰 아름다움을 부여합니다. 트렝가누의 가옥은 해안가 근처에 많이 위치하여 바닷바람과 습기에 강한 재료들이 사용되며, 지붕은 대부분 널찍하고 경사진 형태로, 강우를 빠르게 배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트렝가누의 전통 건축은 장식 요소에서 두드러진 미적 특징을 보여주며, ‘펠레 우당(Peleh Udang)’이라는 새우꼬리 형태의 장식이 지붕 끝을 장식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가옥은 단순한 기능적 공간을 넘어선 예술적·상징적 의미를 지니며, 건축 자체가 지역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4. 지역별 공통점과 차이점

이 세 지역의 말레이 전통가옥은 모두 고상형 구조로, 열대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집을 땅에서 띄우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홍수나 해충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통풍과 냉각 효과를 극대화하는 지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또한 목재를 주요 재료로 사용하며, 대체로 조립식 방식으로 지어져 유지보수가 용이합니다. 그러나 지역마다 차별화되는 디자인과 상징성이 존재합니다. 조호르는 왕실과 귀족 중심의 고급스럽고 대칭적인 구조를, 클란탄은 실용성과 예술성이 조화된 열두 기둥 구조를, 트렝가누는 해양 환경에 적합한 넓은 처마와 경사진 지붕, 그리고 강한 장식 요소를 특징으로 합니다.

 

결론

이번 글에서는 말레이시아의 전통 가옥을 조호르(Johor), 클란탄(Kelantan), 트렝가누(Trengganu) 등 주요 세 지역으로 구분하고, 각 지역별 전통 주택의 특성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말레이 전통 가옥은 단지 주거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역사, 기후,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조호르, 클란탄, 트렝가누 등 각 지역의 전통 가옥은 건축양식의 차이 속에서도 말레이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지혜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오늘날 이러한 가옥들은 문화유산으로 보존되거나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며, 현대 건축과도 융합되어 말레이시아 건축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뿌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